“울어도 괜찮습니다, 눈물은 마음이 숨을 쉬는 방식이니까요.”
여전히 깊은 밤입니다.
지난번 건넨 조그만 문장들이
당신의 시린 머리맡에 아주
잠깐이라도 머물다 갔기를,
그리하여 이 거대한 어둠 속에서
아주 조금은 덜 외로웠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첫 글을 띄우고 나서,
저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세상의 모든 불이 꺼진 것만 같은
무기력 속에서, 우리는 왜 그토록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걸까요.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이토록 모질게 다그치며 아파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 하루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마음을 짓눌린 채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제가 당신의 여린 손을 잡고
이 말 만큼은 꼭 해주고 싶습니다.
눈물은 흐려진 게 아니라, 씻겨 나가는 중입니다
우리는 흔히 우는 것을
‘나약함의 증거’라고 배웁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면
마음이 더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걷잡을 수 없이 슬픔에 빠져드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팠던, 아파보았던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눈물은
결코 무너짐이 아닙니다.
눈물은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소리 없는 비명들이,
도저히 안에서 다 담기지 못해
밖으로 흘러넘치는
가장 솔직한 영혼의 숨쉬기입니다.
그동안 “괜찮다”, “버텨야 한다”며
억지로 닫아걸었던 마음의 둑이
마침내 숨통을 틔우는 순간 인 것
입니다. 그러니 눈물이 흐를 때는
억지로 삼키지 마세요.
지금 당신의 눈동자가 젖어 있는 건
삶이 흐려진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묵은 마음의 먼지들을
스스로 씻어내고 있는 중이니까요.
눈물이 그치고 나면, 비록 당장은
아닐지라도 아주 조금은 맑아진
마음의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파도를 넘고 있습니다
블로그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당신의 숨소리에는 잔뜩 긴장이
서려 있는 것만 같습니다.
‘내일은 또 어떻게 버티지’,
‘남들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나만 멈춰 서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시계 초침 소리처럼
가슴을 찌르고 있겠지요.
인생의 권태기와 짙은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시간은
결코 ‘정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치열한 ‘독백’이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슬픔의 파도와
온몸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가장 격렬한 전투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누워 있는
기력한 하루일지라도,
당신은 지금 온 힘을 다해
마음의 중심을 잡으려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제발, 오늘 하루 계획대로 살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낙오자라
부르지 말아 주세요.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날,
잎사귀를 모두 떨군 채
웅크리고 있는 나무를 보고
아무도 게으르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지금 다음 봄을 위해,
잠시 겨울을 앓고 있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어둠의 주파수 속에서
여전히 저의 밤도
완벽하게 밝아오지는 않았습니다.
때로는 숨이 턱 막히는 불안이
찾아와 글자들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파보았기에,
지금 이 시각 사방이 벽으로 막힌 듯
외로워할 당신의 실루엣이
눈에 밟힙니다.
거창한 위로나 정답은
여전히 모릅니다.
다만,
이 외딴 공간에서 우리가 같은
주파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만큼은 전하고 싶습니다.
칠흑 같은 우주에서
깜빡이는 두 개의 작은 별처럼,
서툴고 아픈 모습 그대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이 밤을 함께
건너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마음에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조금만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컷 울어도 괜찮고,
내일 아무런 계획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그 어떤 모습이든,
무사히 숨을 쉬고 존재해 주는 것
만으로도 이 세상 한구석은 분명하게
채워지고 있으니까요.
어둠이 깊다는 것은 곧
새벽이 머지않았다는 다정한 신호입니다.
비가 내린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듯,
이 시린 밤을 통과한 당신의 마음은
언젠가 그 누구보다 깊고 아름다운
향기를 품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내밀 한 슬픔을 견뎌내 주어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당신의 밤이 조금 더 다정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새벽녘을 함께 지나고 있는 동구 올림-